하늘이가 태어난지 대략 3개월 정도 되었을 때 파보 바이러스가 감염되었다.
최근 몇 일 동안 하늘이가 심하게 아팠다.
무지한 주인 때문에 어린 강아지가 산전수전 고생이 많았다.
어린 강아지들은 건강했어도 3일만에 생명을 잃을 수도 있겠다는 느낌을 받았다.
구토를 너무 많이해서 온 몸에 수분이 더 이상 빠져나올 것도 없는데,
음식은 물론 물도 한방울 마시지 않았다.
얼마나 토를 많이 했으면 얼굴이 저렇게 다 침 범벅이 되었을까..
너무나도 가슴아프고 억장이 무너지는 기분이었다.
너무 걱정되어서 잠자는 시간 빼고는 하늘이 간병에 하루종일 시간을 보냈다.
한 번은 잠깐 하늘이 동물 병원에서 약을 받아오려 외출을 해야 했었다.
잠시 자리를 비웠다가 돌아왔는데, 하늘이가 보이지 않았다.
여러번 불러도 하늘이가 나오지 않길래 여기저기 찾아보니
구석에 앉아 벽을 쳐다보고 멍한 표정으로 침을 흘리고 있었다.
"하늘아" 라고 여러번 불러봐도 정신이 없었는지 쳐다보지도 않더라..
그래도 절대 포기할 수 없었다.
파보 바이러스에 관련된 인터넷 글이란 글은 모두 읽고,
아는 동물병원 원장님과 통화한 결과 특별한 치료법이 없었고
예방이 매우 중요한 질병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혈장 투여 치료가 있지만 효과가 직접적으로 있는지 않다고 하셨다. 강아지 스스로가 이겨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
현재로선 강아지가 스스로 이겨낼 수 있도록 보호자가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하늘이가 좋아하는 펫밀크와 군고구마를 으깨서 설탕 (매우조금)을 섞어
위 사진과 같은 소스통에 섞었다.
하늘이가 물 한방울 입에 대지 않는 상황이라 강제 급여를 해야했다.
하늘이 어금니 사이에 소스통을 넣어 억지로 한 두 방울씩 입 안으로 짜주면,
하늘이는 어쩔 수 없이 에너지원을 삼켜주긴 하더라.
먹이면 토했지만, 아무것도 먹지않으면 상황이 더 악화될 걸 알기에 조금이라도 에너지원 공급을 해주려 노력했다.
파보 장염 1일차, 2일차 때는 강제급여가 통하긴 했었다.
하지만, 제일 심각했던 파보 바이러스 3일차 때는
강제 급여 조차 불가능할 정도로 상황이 매우 심각했다.
하늘이가 아예 정신을 못차리고 하루 종일 잠만 잤다.
정말 심각한 중환자 수준이었다.
이럴 때 일수록 포기하지 말아야 된다는 생각이 컸다.
보호자가 포기하면 강아지는 정말 아무것도 할 수 없기에
마지막까지 할 수 있는 것들은 다 하자고 마음을 다잡았다.
병원에서 받아 온 링겔을 맞춰주었는데도 움직이기는 커녕 얌전히 잠만 잤다.
내가 출근한 사이 아빠가 링겔을 맞혀주었는데
얼굴을 저렇게 쓰다듬어도 잠든채로 가만히 있다고 했다.
정신이 혼미해서 쓰러져 있는 느낌이었다.
아빠는 하늘이가 하루 종일 잠만 자길래 무지개 다리를 건넌 줄 알았을 정도로 계속 잠만 잤다고 했다.
낮에는 저렇게 하루 종일 자며 회복기간을 가졌다고 한다..
파보바이러스는 정말 무서운 병이다.
어린 강아지들이 걸리면 90%의 치사율을 보인다.
파보는 강아지를 쥐었다 폈다 했다.
밤에는 강아지가 정신도 못차리게 괴롭히고,낮에는 조금의 숨 돌릴 정신을 준다.
지켜보는 사람이 피가 바짝 마를 정도로 마음이 찢어지는 기분이다..
진짜 겪어보지 못한 사람들은 모를거다.
자신이 아끼고 사랑하던 강아지가 옆에서 죽어가는 모습을 바라만 봐야하는 상황을
하늘이 컨디션이 조금 돌아왔는지 나무를 씹기 시작한다.
하지만 여전히 물과 음식에 입을 대지 않았다.
하늘이가 파보로 가장 힘들어했던 날
엄마견(밍크)이 지극 정성으로 하늘이를 돌봐주었다.
둘을 분리해야 전염이 안된다는 사실은 당연히 인지하고 있었지만
하늘이가 아프기 시작했던 날, 엄마견도 정도가 약했을 뿐이지 이미 파보가 전염되어 있었다.
아직은 너무 어려 엄마를 필요로하는 하늘이에게 둘을 분리한다는 것은 둘에게 긍정적이지 않다고 판단했다.
같이 투병 생활을 하며 심리적 안정이라도 주려고 했다.
너무나도 슬펐던 건
하늘이 상태가 좋아지니 밍크(엄마)가 점점 더 안좋아지기 시작했다.
출산한지 얼마되지 않아 몸 상태가 정상 컨디션이 아니었어서 병이 더 쎄게 다가온 것 같았다.
내가 평소에 아껴주고 사랑하던 강아지들이 힘 없이 축 늘어져 있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후회와 자책이란 감정 때문에 내 마음을 갈기갈기 찢는 것 같았다.
일하는 내내 아픈 강아지가 마음에 걸려 닭가슴살을 사들고 하늘이에게로 갔다.
어제는 닭가슴살을 쳐다도 보지 않았지만, 오늘은 제발 먹어주길 바라면서 갔다.
퇴근하고 하늘이한테 갔더니 처음으로 힘있는 모습으로 나를 반기며 달려와줬다.
저렇게 힘 있는 모습은 아픈 이후 처음이었기 때문에 너무 감격스러운 광경이었다.
마냥 기뻐 할 수는 없었던 건 밍크의 건강 상태 때문이었다.
밍크는 하루가 다르게 컨디션이 다운되었다.
결국 하늘이는 건강하게 회복했고, 밍크(엄마견)는 세상을 떠났다.
다 나은 하늘이의 모습
구토를 너무 많이해서 그런지 살이 많이 빠져보인다.
털도 약간 꺼칠해진 느낌
그래도 지금은 다 나았으니 맛있고 영양좋은 닭가슴살로 보답할게
앞으로 행복하게만 해줄게
뒷다리 쪽 배가 홀쭉하게 들어간 걸 보니 하늘이가 정말 고생 많았다.
그래도 웃어줘서 고마워 !
강아지들은 엄마 젖을 먹으며, 모유에 있는 항체로 면역 체계를 갖춘다.
강아지들이 모유를 끊는 시점에 곧 바로 예방 접종을 해주어야 한다.
난 이 부분을 몰랐다..
어리석게도 강아지가 조금 큰 뒤 예방 접종을 해줘야 된다고 잘못 생각했다.
이 잘못된 생각으로 사랑하는 내 강아지들을 잃었다.
파보 바이러스는 치료 방법이 뚜렷하게 없다.
오로지 예방만이 최고의 치료법이다.
파보 바이러스는 감염되면 90% 반려견은 목숨을 잃는다.
이 글을 찾아보는 사람들 대부분은 아마도 파보에 걸린 반려견들의 주인일 것이다.
아마도 나처럼 강아지를 처음 키우시는 분들이 나처럼 실수를 했을 것이다.
그 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첫째, 파보 바이러스에 걸렸다고 반려견을 절대 포기하지 마라.
아무리 노력하고 케어해도 강아지 상태는 쉽게 좋아지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더 안좋아지는 상황이 될텐데 그럴 때일 수록 절대 포기하지말고 반려견한테 해줄 수 있는 것을 다 해줘라..
둘째, 강아지가 아프기 시작한 순간 곧 바로 조치해주어야 살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
골든타임이 어느때보다 중요한 병이며 대처가 늦어질 수록 반려견의 생명을 깎아 먹는 행동이다.
셋째, 24시간 붙어서 케어 할 수 있으면 통원치료 받으면서 내가 케어하는게 훨씬 낫다고 생각한다.
병원에서는 격리실을 이용해야하고, 문을 열면 파보 바이러스가 병원 내 다른 강아지들에게 전염 될 수 있어
매번 전체 소독을 해야하니 자주 문을 열지 않음
계속적인 모니터링은 하겠지만, 진심어린 케어를 해주는지는 모르겠다.
내 강아지는 내가 제일 잘 알고, 주인만큼 강아지를 아껴주는 사람은 없다.
(병원 가지말란 뜻 아님, 병원에서의 케어 없으면 강아지는 살아나기 힘듦)
넷째, 다 나은 이 후 부터라도 정기적인 예방 접종을 반드시 맞춰주어야 한다.
세상에 모든 강아지들이 건강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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